- 행정의 공백, 시민의 손으로 채우다 -
2024년 겨울, 세종시는 특별한 풍경으로 주목받았다. 관이 만든 축제가 아닌, 오롯이 시민의 힘으로 완성된 ‘빛의 축제’가 도심을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벽에 부딪혔지만, 시민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더 단단히 연대했고, 자발적 모금과 참여로 ‘빛축제 시민추진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도시의 불빛을 다시 살려냈다.
지난해 빛축제는 소상공인, 종교단체, 사회적 기업 등 25개 시민단체가 나서 축제의 불씨를 살려낸 것은 단순한 행사 개최를 넘어, 이 도시가 진정으로 누구에 의해 움직이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시민들은 5~6억 원의 예산 마련을 목표로 자체 모금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정부도, 정당도 아닌 시민이 만든 대한민국 최초의 비상업적 ‘민 주도 빛축제’가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이 성과의 이면에는 행정과 정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세종시의회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최민호 시장은 야당 소속 국민의힘 인사다. 구조적으로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의회의 반복적 예산 삭감은 단순한 재정 판단을 넘어 ‘정치적 대립’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한다.
물론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 견제가 반복될수록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쳐진다면, 시민들이 느끼는 피로와 실망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시의회가 올해도 빛축제 예산 4억 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예산의 긴축’이라는 명분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시민 주도로 열린 빛축제가 소상공인 매출 증가와 관광 활성화라는 긍정적 성과를 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결정은 오히려 행정의 연속성과 공무원의 사기를 꺾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지방정부는 지역 소비를 유도하고 도시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문화투자에 더 과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로 충북 일부 기초지자체는 오히려 축제를 통해 생활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회복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빛축제의 사례는 세종시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누가 도시를 움직이는가’, 그리고 ‘누가 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가’. 그 답은 명확하다. 시민이 빛을 밝혔고, 정치가 꺼뜨린 등불을 시민이 다시 들었다.
이제 세종시의회는 시민이 만들어낸 이 불빛 앞에 스스로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이 아니라 협치(協治)이며, 견제를 위한 견제가 아닌 책임 있는 동행이다.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수도로 우뚝 서기 위해선 정당이 아닌 시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2024년 세종의 겨울은 시민이 만든 계절이었다. 그리고 그 빛은,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정치와 행정의 방향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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