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의 균열 사이에서 -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세종시에서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첫 국무회의에서 “해수부의 해양 중심도시 이전을 서둘러 추진하라”고 지시했고, 해수부는 즉각 준비단(TF)을 꾸려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행정명령 한마디로 본격화된 이 정책은 '현장 중심 행정'이라는 명분을 앞세운다. 부산은 국내 최대 항만도시이자 해양산업의 중심지로, 해운·수산·항만 관련 유관 기관들이 이미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정부는 이러한 지리적·산업적 기반을 들어 정책 효율성을 강조하며 ‘속도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그 속도에 반해 세종시와 충청권의 반발도 거세다.

세종, “행정수도 완성은 어디로 갔나”

최민호 세종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행정수도 완성이 먼저다”라며 정부 방침에 공식 반기를 들었다.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한목소리를 냈다. “해수부 이전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의 기능을 저해한다”, “국가균형발전의 대의와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실제 세종시는 현재도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건립 등 ‘행정수도 실현’을 위한 과업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수부 이전은 세종시 공동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해수부 공무원 대상 내부 설문조사에서 86%가 이전에 반대한 사실은, 정책 추진이 단순한 행정적 명령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인천·충청, “해양은 모두의 현장이다”

반대의 목소리는 세종만의 것이 아니다. 인천, 충남 등 경쟁 항만 도시들 역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인천 시민단체는 “해수부가 특정 지역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정책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졸속 행정이라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양 분야는 분권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조율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에 모든 해양 정책 거점을 몰아주는 것이 과연 해양정책의 발전인가, 아니면 지역 이기주의의 또 다른 이름인가.

현장의 혼란, 준비는 충분한가

해수부는 현재 부산역 인근 북항 배후지 등을 후보지로 두고 부지 검토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신청사 건립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고, 당장 내년부터는 민간 건물 임차 등을 통한 임시 이전도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공무원 이주 지원이다. 주거, 교육, 가족 문제는 물론이고, 서울·세종 등 타 부처와의 협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아직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정책 효과만 강조하고, 사람의 문제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가.

효율과 균형의 갈림길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단지 한 부처의 물리적 이동이 아니다. 그것은 곧 대한민국이 그려 나갈 국가 균형발전의 미래 청사진과도 연결되어 있다. 세종이 중심인가, 부산이 중심인가의 이분법이 아니라, 행정과 지역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가 본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빠름’이 아니라 ‘깊음’이다.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급류처럼 흘러가기엔, 놓치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재정비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균형 있는 행정이고, 성숙한 정책 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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